"손등 통증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위로의 순간. 볼타렌 크림을 바르며 떠올린 요한복음 1장 14절, 그리고 상식적인 믿음에 대한 묵상. 말보다 삶으로 전하는 신앙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전에는 내가 남편을 챙겨줬다. 늘 5시 반이면 알람보다 일찍 눈이 떠졌고,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서 조용히 아침을 준비했었다. 우리 남편은 항상 눈뜨면 엑스트라 핸드폰으로 CBS JOY 4U를 켜둔다. 찬양과 멘트가 쉴새없이 흘러나오고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먹던 남편을 현관 앞까지 배웅하고, "오늘도 직장으로 파송하노라~~" 하고 손을 흔들었던 나였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내가 베이커리로 출근을 시작하면서 이상하게 내가 남편한테 더 자주 챙김을 받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거다. ( 라이드부터 ㅎㅎ 정말 쉽지 않는 일을 늘 척척 해내는 당신 ...)
아이코, 그게 참...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어제 밤이 그랬다.
퇴근하고 손등이 욱신거리길래 “하 ㅜㅜ진짜 아파…” 혼잣말을 흘렸는데, 남편이 아무 말 없이 방을 나가더니 서랍을 뒤적뒤적 볼타렌 크림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작년에 허리 아플때 쓰다 남은거 얼마 안남았네...)
“이거, 손에 자꾸 바르고 푹좀 쉬어 .” 늘 다정하게 이야기 해준다.
"으~응~" (나는 다정한 남편에겐 참 무심하게도 길게 말하지 않는다. ㅎㅎㅎ 그럴땐 참 말주변이 없는 나이다. ^^;)
아빠처럼 내가 아플때 옆에서 참 잘 챙겨주는 남편이 너무 고맙다. 사실 그저 크림 하나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맺혔다.
어제밤, 조심조심 크림을 바르고 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라, 통증이 정말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런 게 진짜 위로구나. 때로는 기도보다 먼저 와닿는 위로가 바로, 삶 안에서 조용히 전해지는 작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오늘 쓰리김의 성경맛집에서는 요한복음 1장 14절을 나누고 싶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요한복음 1:14)
예수님은 그랬다. 말씀이 하늘 위에서만 맴돈 게 아니라, 우리 삶 한가운데로 들어오셨다.
손이 되어, 발이 되어, 눈물이 되어, 함께 거하셨다.
그분이 보여주신 사랑은 상식적이었다.
배고픈 자에겐 먹을 것을 주셨고, 아픈 자에겐 고쳐주셨고, 지친 자에겐 쉬라고 하셨다.
세리 마태에게 찾아오신 예수님, 삭개오를 만나주신 예수님, 사마리아 여인과 이야기하신 예수님, 주님은 사람들이 멸시하고 외면하던 사람들을 찾아가셨고 대화하셨고 존중하셨다.
이 모든 장면들이, 사실은 너무도 현실적이고 상식적이었다. 우리가 그 당시 사람들이였다면 우리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을 이였을까? 예수님은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셨다. 말씀은 글이 아닌 삶의 순간 순간의 장면들의 합이다.
나는 신앙인도 상식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상식을 초월하신 분이시다. 그러나 때때로 그분은 너무나 상식적이시고 너무나 객관적이시다. 우리가 하나님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오늘 나에게 하나님은 충분히 상식적인 분으로 다가오신다.
물론 꼭 상식적이어야만 한다는 건 아니다. 인생이 어떻게 딱 잘라 상식과 비상식으로만 나뉘겠는가. 다만, 나는 '대체로' 상식적인 태도로 살아가고 싶다는 뜻이다. 그렇게 살아가려는 사람으로 보이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신앙인은, 자칫 복음을 가리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늘 마음속으로 묻는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그리고 오늘 아침, 내가 발랐던 그 크림—볼타렌. 그것도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타렌 에멀겔(Voltaren Emulgel)
- 주성분: 디클로페낙 나트륨 (NSAID,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 효과: 염증 완화, 통증 감소, 특히 손목, 어깨, 무릎, 허리, 근육통에 효과적
- 사용 방법: 통증 부위에 하루 3~4회 얇게 펴 바르고 가볍게 마사지
- 장점: 먹는 약보다 위장에 부담이 없고, 국소 부위에 바로 작용
- 주의사항: 눈, 상처 부위, 점막에는 사용 금지 / 알레르기 반응 주의
개인 팁: 나는 퇴근 후 손등에 바르고, 한 20분은 손을 안 씻고 그대로 둔다. 자기 전에 바르면 아침에 확실히 덜 아프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시원하게 마사지도 되고 더 좋다!
이렇게 작은 도움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유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사람들은 교회보다도, 말보다도, 먼저 내 삶을 본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더 나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보다 내 이웃들의 눈빛과 태도와 그리고 말과 행동을 본다.
그래서 자꾸만 내 안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내 모습이 어떨지...
외국계 은행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였다. 같이 일하던 직원 한 명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선배가 믿는 하나님이라면 나도 믿고 싶어요."
그 말이 너무 울컥했다.
그리고 어느 날, 딸들이 내게 말했다.
"엄마처럼 살고 싶어."
그 말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인정받고 싶었던것은 아니였을까? 돌아보지만 인정을 받는 순간은 늘 감사하다.
나는 얼마나 많은 날동안 믿음을 말로 가르치려고 애썼는지 모른다. 나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면서 왜 그리 가르치고 싶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나도 많이 알지 못하면서....
중학교 1학년때 초등학교6학년 아이들에게 공과공부를 가르치려고 스케치북에 열심히 그림을 그렸던 시절이 떠오른다.
젊은 시절 매주 매주 어떻게 전하고 어떻게 말씀을 가르치나 씨름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살아내는 것이 더 깊은 전도가 된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믿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상식처럼 흘러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주셔야 가능하지만...
손이 아프면 약을 바르고,
몸이 지치면 쉬고,
마음이 아프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오늘도 그렇게 살아내고 싶다.
말씀이 말에 머물지 않고, 육신이 되어 다가왔던 그 예수님처럼 나도 오늘 하루를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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