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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AC 점검보다 더 중요한 노크 – 요한계시록 3:20 묵상

쓰리김 2025. 4. 17. 10:58

오늘 아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출근이 없는 날 아침, 커피를 내리려던 찰나 현관문 쪽에서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나는 조용히 인기척만 살폈다.
문을 열지 않고 방으로 살짝 들어갔다 왜냐면  도어뷰어로 낯선 사람 두명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였다. 잠시 뒤, 아무 말도 없이 낯선 사람들이 비밀키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복도에 붙어 있던 안내문을 떠올렸다.  

"HVAC 점검을 알리는 콘도 공지문. 입주민은 4월 1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집 안에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안내가 적혀 있다."

 

"NOTICE TO ENTER – HVAC 점검을 위해 4월 17일 방문 예정"

 

하지만 오늘은 16일이었다. 예고보다 하루 먼저 왔다.준비되지 않은 방문이었기에 문을 열 수 없었다. 들이닥친 사람들에게 "Excuse me, what’s going on? I didn’t open the door—how did you get into my unit?" 이라고 말하자 당당하게 노티스 용지를 들이민다. I told you to open the door. Is there something wrong? 관리실 아저씨가 얼굴을 들이밀고 말한다. 그제서야 나는 안심이 되었다. '어휴 관리실에서 점검나온거로구나'  한 5분정도 내일 점검때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 작업을 할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잠시 들린것이였다. 캐나다 콘도에서 종종 이런일이 있지만 나는 처음 겪는일이라 너무 당황스러웠었다.  

HVAC 점검이 뭐길래?

HVAC는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의 약자다. 쉽게 말해서, 집 안의 난방, 환기, 냉방 시스템 전체를 말한다. 특히 겨울이 길고 추운 캐나다에서는 이 시스템이 멈추면 큰일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콘도 전체를 돌며 점검을 진행한다. 관리사무소는 며칠 전 복도에 ‘NOTICE TO ENTER’라는 안내문을 붙였고 어제는 집집마다 한장씩 복사된 노티스를 주었다. 입주자가 없어도, 비상키(마스터키)를 사용해 점검팀이 들어올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공지된 날짜보다 하루 먼저 왔다면, 그리고 예고 없이 문이 열린다면, 그 순간의 감정은… 솔직히 많이 불편하다. 그리고 짜증이 확 올라왔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에 말씀 한 구절이 떠올랐다.  씩씩대다가 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관리실 아저씨에게 이메일을 한통 보냈다. 노티스에 적힌 날짜와 달라서 미리 문을 열지 않은것은 미안하지만 다음부터 다른날짜에 온다면 문자로 나에게 미리 알려달라고... 

문을 두드리시는 주님 – 요한계시록 3:20

요한계시록 3장과 4장이 펼쳐진 영한 성경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
(요한계시록 3:20)

"Here I am! I stand at the door and knock.
If anyone hears my voice and opens the door,
I will come in and eat with that person, and they with me."
(Revelation 3:20, NIV)

 

관리실은 비밀키로 내 집 문을 열었지만, 예수님은 문을 열라고 강요하지 않으신다. 문 앞에서 기다리시며,
그저 노크하고 계시는 분이시다. 억지로 들어오지 않으시고, 내가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을 떠올렸다. 

말씀은 다르다

요한계시록 3:20은 당시 부유했지만 영적으로는 미지근했던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해 주신 말씀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 볼지어다(Behold)” — 이제 보라는 것, 주목하라는 것
  •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 그분은 문 안이 아닌, 밖에 계신다
  •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 조건 없다. 자격도 없다
  •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 — 교제하겠다는 약속이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식사하시고,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점검이 아니라 교제를 침입이 아니라 초대를 하시는 주님은 너무 인격적인 분이신것 같았다. 

오늘 쓰리김은 HVAC 기사에게 문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지만 예수님은 오늘도 조용히, 내 마음 문 앞에 서서 기다리신다. 나는 문을 열 수 있을까? 복잡한 감정과 피곤함 속에서 그분의 노크 소리를 듣고, 내 안으로 초대할 수 있을까? 기다리시는 주님을 생각하며 

한줄 적어본다. 

 

문밖의 기다림

 

굳게 닫힌

조용한 두드림

문안에 분명히 있는데……

기다리고 기다린다.

 

돌아서지 않는다.

굳게 닫힌

밖에 서신이는

오래 참고 기다리신다.

 

기다림 끝에 열리는

살며시 당기고

조용히 들어가

너와 함께 축복의 잔을 들리

“예수님,
오늘 제 마음의 문을 엽니다.
들어오셔서,
저와 함께 앉아 계셔주세요.”

마무리하며

이번 경험은 HVAC 점검 그 자체보다 내가 누구에게 문을 여는가에 대한 묵상으로 이어졌다. 삶은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그 가운데 문을 두드리는 그분의 손길을 쓰리김은 매일 느끼고 있다. 오늘, 그 문을 열어보자. 그분은 여전히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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