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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은 여백, 그리고 나의 종려주일 이야기 (누가복음19:32~34묵상)

쓰리김 2025. 4. 14. 12:35
종려주일 예배에서 경험한 깊은 은혜, 두 제자의 순종과 나귀 주인의 헌신, 그리고 성경이 말하지 않는 여백 속에서 발견한 쓰리김의 이야기로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싶다.

종려주일 예배 풍경. 교회 외관, 종려나무 가지를 든 아이들, 성도들의 찬양 모습이 콜라주 형식으로 담겨 있음

 

종려주일 예배를 드린 후, 쓰리김의 성경맛집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오늘의 말씀은 누가복음 19장 32–34절이다. 

보내심을 받은 자들이 가서 그 말씀하신 대로 만난지라
나귀 새끼를 풀 때에 그 임자들이 이르되
“어찌하여 나귀 새끼를 푸느냐?” 하니
대답하되
“주께서 쓰시겠다” 하고.

성경책 누가복음 19장을 펼쳐놓은 장면. 종려주일 주보가 겹쳐 있으며, 말씀에는 붉은색과 노란색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음.

 

오늘 예배실은 평소보다 조금 더 설렘이 가득했었다. 찬양 시간에  어린아이부터 청년, 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종려나무 가지와 깃발을 손에 들고 "호산나! 호산나!" 찬양하며 예수님을 맞이하는 듯한 연출을 한 그 장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우크라이나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셨다. 목사님은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셨다. 그래서일까, 오늘따라 설교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아마도 나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에겐, 쉬운 단어, 천천히 또박또박 전해지는 메시지가 훨씬 명확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설교 시간에는 영어 리스닝이 잘 안 돼서 속으로 절망했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큰 위로를 받는 날이었다. 어제의 고난은 오늘의 기쁨인가? ^^

 

설교의 중심 내용은 분명했다. 두 제자의 ‘의심 없는 순종’, 그리고 나귀 주인의 ‘조건 없는 헌신’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도 하나님이 여전히 원하시는 순종의 태도이며, 헌신의 모습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말씀 본문을 다시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성경에는 제자들의 감정이나 생각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을까?’ ‘왜 나귀 주인의 마음은 한 마디도 언급되어 있지 않을까?’ 곰곰이 묵상하다가, 이전에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들을 떠올려 본다. 성경은 하나님의 구원의 이야기이지,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도, 영웅의 발자취를 남긴 위인전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사람이 결국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주목하신다. 그들이 순종했고, 드렸고, 따라갔고, 고백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것을 통해 하나님은 일하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성경이 침묵한 그 여백에서 묵상과 상상을 펼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기록되지 않은 여백 속에 내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 틈은 성경을 나와 무관한 오래된 책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나와 너의 이야기로 만드는 통로가 된다. 그것이 바로, 성경이 여백을 남기는 이유다.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싶다.

모든 걸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감정을 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성경처럼, 하나님의 말씀처럼,
오늘은 말하지 않은 마음 속 여백에 주님의 음성이 머물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싶다.

그 여백을 생각하면서 시를 한편 남긴다. 

 

기록되지 않은 여백

맞은편 마을로 가라고......

나귀 새끼가 있다고......

풀어 끌고 오라고......

그게 가능 하다고......

보내심을 받은 제자의 마음

 

저자들은 누구인고....

누구길래 함부로 말하는고......

뭐라고......

주께서 쓰신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나귀 새끼 주인 생각

 

호산나 호산나

하늘엔 평화

소리치는 돌들아 너희는 아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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