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았수다 – 제주 사투리부터 언어의 다리 위까지, 수고의 말을 오가며(부제: 사도행전 13:47과 함께 걷는 번역자의 삶)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통해 떠올린 한국어, 중국어, 영어의 문화적 차이를 제주도 방언 '폭삭 속았수다'의 따뜻한 뜻과 함께, 이방의 빛으로 살아가는 삶의 정체성을 담은 시와 사도행전 13:47 묵상합니다.
어제 퇴근 후, 서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누가 볼 새라 총알처럼 사라진 우리 팀원들이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바쁜 하루였지만 그 짧은 인사 한마디가 묘하게 따뜻했다. 그런데 오늘… 나 혼자 웃긴 일이 하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를 중국어로 할 뻔한 것! 입 끝까지 “辛苦了 (xīnkǔ le)”가 나왔다가 목구멍에서 스윽… 삼켜졌다. 오랫동안 쌓인 언어의 흔적에서 나오는 본능이랄까? 결국 “Thank you. Have a good day!”라고 마무리했지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뻔한 중국어 한 마디에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습관과 세월은 참 무섭구나 이사온지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도 가끔 나도 모르게 중국어가 튀어나올때가 있다. 이래서 전공은 무시 못하나보다. 참 신기하다.
저녁엔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화상통화를 했는데 요즘 “폭삭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를 보고 계시다고 한다. 최근 방영 했던 드라마인것 같다. 시간이 나면 한 번 보라고 하시는데… 사실 난 드라마를 안 본 지 십수년은 훌쩍 넘은 듯하다. 그래도 제목이 너무 귀엽고 정겹다. "폭삭 속았수다"… 무슨 뜻일까? (오늘 퇴근하자마자 말씀보기 전에 2편을 후다닥 봤다. 어머 너무 슬프잖아~! 눈물샘 자극주의!!)
제주도 방언 소개 "폭삭 속았수다"의 진짜 의미
그런데 놀라운 건, “폭삭 속았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라는 것! 아 어렴풋이 기억난다.
유학시절 옆방에 제주도에서 유학을 온 4명의 언니들이 있었다. 나홀로 서울사람 함께 식사를 하는데 도무지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들을수가 없어서 밥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몰랐던 적이 있다. 밥 먹었냐고 물어본다는 말도 밥 먹언? 하고 물어봐서 네? 네? 라고 꼭 두번씩 물어봤던 생각이 난다.
"폭삭 속았수다"를 표준어로만 들으면 "속았다는 건가? " "완전 낚였네~" 처럼 들리는데, 제주에서는 일 끝낸 사람에게 건네는 정다운 인사라고 한다. ㅎㅎㅎ 아 진짜 재미있네 어쨋든 뉘앙스는 다르지만, 수고한 사람에게 건네는 마음은 결국 같지 않을까?
문화 언어 비교 – "수고하셨습니다" 의 한중영 표현 비교
한국어: “수고하셨습니다” – 상대방의 노고를 예의 있게 인정하는 말
중국어: “辛苦了” – 고생 많았다는 진심 어린 위로의 말
영어: “Thank you” 혹은 상황에 따라 “I appreciate your hard work”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걸 직접 들은적은 거의 없음^^: 엄청 무거운거 나르고 봉사한날 들어본것 같기도 하지만.... 맞나 싶을정도)
한국어는 관계 중심 문화 속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노력, 수고, 감정을 항상 인정하고 배려하려는 표현이 많이 있다. 그래서 “수고하셨습니다”는 말도 상대의 노고를 기본값처럼 챙기고 인정하는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반면 영어권은 개인 중심 문화이다. 일은 그냥 일, 역할은 역할일뿐 그걸 따로 특별히 인정해주는 표현이 오히려 어색할 수 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 (예: someone worked overtime, or helped a lot) 그럴 때만 “Thanks for your hard work”나 “I really appreciate what you did” 같은 표현을 쓴다.
‘수고’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한 영어
영어에는 ‘수고’라는 말을 딱 맞게 옮길 단어가 없다. "Hard work"라고 하면 너무 크고, "Effort"는 상황에 따라 의미가 너무 다양하다. 그래서 애매한 정도의 수고에 대해 그냥 “Thank you”로만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실 하루 종일 땡큐를 달고 산다. 한국어는 “고생하셨어요”, “다녀오세요”,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맺음말로 관계를 정리하는 말이 아주 많지만, 영어는 그런 클로징 멘트보다는 그냥 “Bye, See you later” 같은 간단한 인사로 끝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것 같다.
‘수고했어요’ 대신에 상황에 맞게 이런 표현들을 쓴다.
- Thank you so much. → 가장 기본적이고 따뜻한 감사
- Appreciate your help today. → 도움을 줬을 때
- You did a great job. → 정말 잘했을 때
- Thanks for your help. or Thanks a lot today .→ 뭔가 오랜 시간 애썼을 때
- Take care! (Get some rest. or Hope you can relax a bit. ) → 일 끝나고 헤어질 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도 결국 마음은 비슷하고 누구에게나 우리는 말한마디를 건넨다. 쓰리김은 늘 생각한다. 내가 말한 마디를 건네는 그 사람은 세상의 끝이라고 그리고 오늘 내가 나누고 싶은 말씀은 사도행전 13장 47절 말씀이다.
“ 주께서 이같이 우리에게 명하시되 내가 너를 이방의 빛으로 삼아 너로 땅끝까지 구원하게 하리라 하셨느니라 하니"
( 사도행전 13장 47절)
이 말씀을 소래내어 읽어보면 이것이 꼭 나의 정체성인것만 같다. 나는 마치 언어 사이를 오가며 문화의 다리위를 걷는 사람 같다. 지금 나 쓰리김의 마음을 한편에 시로 여기에 남겨 본다. 이 느낌 그냥 지나 칠수가 없지! 또 한편 여기 남겨 본다.
이방의 빛으로 산다는 것생각은 한국어로
감정은 중국어로
표현은 영어로
어느 하나 완벽하지 못한 채
언어 사이를 오간다
말과 마음 사이
사실과 느낌 사이
습관과 선택 사이
오늘 하루 번역의 징검 다리위를
휘청휘청 걷는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양팔을 벌리고
반짝 이는 돌 위에 잠시 서서
숨을 한번 고르고
끝없는 하늘을 바라본다.
왼쪽으로 디뎌도 땅끝
오른쪽으로 디뎌도 땅끝
뒤로 돌아도 땅끝
앞을 보아도 땅끝
사방이 땅끝이다.
기억을 붙잡고
추억을 덧대고
보이지 않는 손도
놓칠 새라 꼭 잡는다
이방의 빛으로 산다는 것은
징검다리를 두고 건너는 마음으로
그 위를 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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