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커피가 물어온 나의 온도
미지근한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 하루, 내 마음의 온도를 돌아보게 한 요한계시록 3장 말씀. 캐나다 베이커리에서의 삶과 신앙, 그리고 작은 고백의 기록.
나는 너보다 뜨겁고 싶구나
커피 한 잔이
눈앞에 멈췄다.
한 모금 머금었지만
삼킬 수 없었다.
입안에서 맴도는
미지근한 온도—
타버린 커피보다도 못한,
애매한 맛.
차마 뱉지는 못했으나,
도저히 마실 수는 없었다.
그때,
커피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나보다 뜨겁니?”
그 질문에
입안 가득 고였던 망설임을
나는 꿀꺽 삼켰다.
뜨거워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분은 토해버리신다고 하셨으니.
사람의 마음도,
사람의 행위도
커피보다 뜨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감히 마실 수 있으랴.
나의 온도를
어떻게 설명할까.
커피에게 조용히 대답한다.
“나는 너보다 뜨겁고 싶구나.”
캐나다, 베이커리, 그리고 미지근한 커피
요즘 나는 캐나다의 어느 한 베이커리에서 일하고 있다. 일터의 하루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빵이 오븐에서 나오는 고소한 향, 뜨겁고 바쁜 오전 시간, 그리고 매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내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하루의 반복이 되었다.
오늘 아침, 나는 배가 고팠다. 피곤하고 무거운 눈을 간신히 뜨고 서둘러 일에 들어갔다. 오늘은 진짜 카페인이 필요해!!
그때, 동료 리엠(Liem, 블로그에서는 가명으로 쓴다. 실제 이름은 비밀 ^^) 이 나를 향해 말했다.
“언니~ Do you want coffee?”
나는 망설이다가 ( 빈속에 커피라..... 이게 괜찮은가?)
“Yes, I want hot black coffee. Thank you.”
하고 미소로 대답했다.
하지만 몇 분 후, 리엠이 가져온 커피는 'hot' coffee가 아니었다. 한 모금을 마셨다가 뱉을 뻔했다. (읍!!)
너무 미지근하고 밍밍했기 때문이다. (이게 뭐양?) 당황한 리엠이 말해주었다.
“Sorry, we didn’t have hot water.”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 순간 내 마음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번개처럼 스쳤다.
오늘 쓰리김의 성경맛집에서 나누고 싶은 말씀은 요한계시록 3장 16절 이다.
“네가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가 너를 내 입에서 토하여 버리리라.”
— 요한계시록 3장 16절
커피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너는 나보다 뜨겁니?” 그 물음이 계속 마음속에 맴돌았다.
장갑을 벗고 핸드폰을 꺼내 얼른 메모장에 '차지도 뜨겁지도 아니하다'를 적었다. 분초를 다투는 시간이지만
오늘 받은 은혜를 놓칠새라... 누가볼새라 얼른 바지주머니에 폰을 잽사게 집어 넣고 장갑을 끼고 크림을 짠다.
오븐 앞에 선 나, 나의 마음의 온도는?
하루 종일 뜨거운 오븐 앞에서 나는 구워진 빵들을 트레이에 옮겼다. 동료 벤아르(블로그에선 가명으로 실명은 비밀^^) 가 지나가며 외친다.
“Through hot tray corner~”
뜨끈뜨끈한 빵이 나오고,
그 열기는 잠깐 스쳐도 손끝을 데일 만큼 강하다. (어흐 뜨거워 조심 또 조심)
나는 그 빵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람도 이 정도로 뜨거워야 하지 않을까?” 정말 맛있는 빵은 식기 전에 손님에게 전달되어야 한다.식은 빵도 물론 맛은 있지만, 그 생생한 온기만큼은 다시 되살릴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하나님이 나를 보실 때,
내 마음은 지금 몇 도일까?
침대에 던져진 몸과 떠오른 질문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지며,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하나님 보시기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40대 후반의 나는 지금,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빵을 굽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작은 일상 속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려 애쓴다. 아니 어쩌면 발버둥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길에서, 나는 왜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 걸까? 어쩌면 지금 나의 마음은
미지근한 커피처럼 어정쩡한 온도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말씀과 함께 묵상한 마음
요한계시록 3장의 말씀은 오늘 내게 또렷한 메시지를 던졌다.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내가 너를 내 입에서 토하여 버리리라.”
(계 3:15–16)
이 구절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외침처럼 들렸다. "제발, 너의 마음이 다시 타오르기를 원한다."
"차라리 차가우면, 내가 너를 다시 데우겠지만… 그 미지근한 상태로는 너를 사용할 수 없단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다짐했다. “하나님, 저는 뜨거워지고 싶어요. 당신이 기쁘게 마실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오늘의 적용과 나눔: 당신의 온도는 몇 도인가요?
이 글은 단순한 하루의 피곤한 에피소드가 아닙니다.
나의 직업은 내가 하나님앞에 서기위한 도구입니다. 내가 사는 이땅은 하나님이 나를 만들어 가시는 길의 여정입니다.
이 글은 하나님 앞에 드리는 나의 온도 고백입니다.
혹시 당신도 오늘 나처럼 커피 한 잔을 마셨다면, 그 커피의 온도는 어땠나요? 그리고… 당신의 마음의 온도는요?
☕ 미지근한 커피를 삼키지 못했던 오늘 아침처럼,
하나님도 우리가 미지근한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원치 않으십니다.마음이 식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너무 늦지 않았어요. 지금 다시 말씀 앞에 서면, 다시 데워질 수 있습니다.
너무 크고 놀라운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말씀앞에 서서 오늘 내가 만난 하나님을 전할수 있다면...
오늘의 마지막 고백
커피 한 잔이 내게 묻고, 나는 하루 종일 그 질문을 품고 살았다. 일이 끝난 뒤, 바리스타 청년이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내게 건넸다. 그 라떼의 온기와 함께,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나는 너보다 뜨겁고 싶구나.”
하나님, 제 온도가
당신께 향기로운 제사처럼
따뜻하게, 뜨겁게 드려지길 바랍니다. 나의 하루가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Unexpected Grace in My Baker Life https://seungriwithgod.tistory.com/28
Unexpected Grace in My Baker Life
오늘 아침 교회 예배 시간 – 맨 앞에 앉은 사람이 찬양 중 손을 들었다. 예상치 못한 그 순간, 하나님의 임재가 조용히 내 마음을 감쌌다.예상치 못한 곳에서 하나님을 경험하기오늘은 주일이다
www.seungriwithgod.com
감사와 배려가 오가는 하루 https://seungriwithgod.tistory.com/27
“감사와 배려가 오가는 하루 – 베이커리에서 배운 따뜻한 말 한마디”
"새벽을 여는 남편의 사랑, 베이커리에서 오가는 배려의 언어, 그리고 빌립보서 2장 4절 묵상까지. 감사와 존중이 깃든 따뜻한 하루 이야기."새벽 3시 10분. 요즘 쓰리 김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www.seungriwithgod.com
엑스트라 한 조각 https://seungriwithgod.tistory.com/29
엑스트라 한 조각,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 속의 제사
"삶 속에서 드려지는 예배는 특별한 순간이 아닌 일상의 작은 나눔 속에서도 이루어진다. 새벽, 동료가 건넨 엑스트라 한 조각의 아몬드 페이스트리 속에 담긴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제사를 이야
www.seungriwithgod.com